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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든 종이컵에 불붙지 않는 이유
    궁금해 2024. 4. 29. 21:20

     

     

     물은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명체의 몸무게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죠. 물은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이런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에 종이컵 안에 든 물이 불길에 쉽게 타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인 높은 비열(比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비열이란 물질의 단위 질량당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말합니다. 물의 비열은 4.184 J/g·K로, 다른 액체나 고체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철의 비열은 0.452 J/g·K, 에탄올의 비열은 2.46 J/g·K입니다. 이렇게 높은 비열 덕분에 물은 동일한 열량을 가해도 온도 상승폭이 작아집니다.

    물의 비열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바로 물 분자 사이의 수소 결합에 있습니다. 물 분자는 한 개의 산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수소 원자들이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와 약한 인력인 수소 결합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수소 결합은 물 분자 사이의 인력을 강화시켜 분자들이 서로 잡아당기게 되죠. 열을 가했을 때 이 수소 결합을 끊어내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온도 상승에 필요한 에너지가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높은 비열 덕분에 종이컵 안의 물은 불꽃에 노출되어도 쉽게 끓거나 증발하지 않습니다. 같은 양의 열을 가해도 물의 온도 상승폭이 작아서, 100도에 이르러 비로소 물이 끓기 시작하죠. 반면 비열이 낮은 물질은 열을 가하면 금세 온도가 올라가 쉽게 연소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물의 높은 증발 잠열(蒸發潜熱) 역시 불에 잘 탈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증발 잠열이란 액체가 기체로 상태 변화할 때 필요한 열량을 뜻합니다. 물의 증발 잠열은 2,260 kJ/kg으로 매우 큰 편입니다. 이는 물이 1kg 끓을 때 필요한 열량과 같습니다. 이렇게 큰 열량이 필요한 이유는 역시 물 분자 사이의 강한 수소 결합 때문인데요. 액체 상태에서 기체로 바뀌려면 이 강한 인력을 모두 끊어내야 하므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입니다. 

    종이컵 안의 물이 불꽃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증발 잠열만큼의 열을 흡수하게 됩니다. 이렇게 흡수된 열에너지는 온도 상승이 아닌 물의 상태 변화, 즉 액체에서 기체로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 사용되죠. 결과적으로 불꽃에서 발생한 열이 물의 증발 잠열로 상당 부분 소모되어, 종이컵 자체가 그렇게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열을 가하면 언젠가는 물이 모두 증발하고 종이컵의 온도도 올라가 불이 붙겠지만, 이런 증발 잠열 효과 덕분에 상당 시간 동안 종이컵이 불에 탈 위험은 낮아지는 셈이죠.

    한편 종이컵에 든 물이 불에 잘 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물의 높은 열전도율(熱傳導率)입니다. 열전도율이란 물질 내부로 열이 전달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입니다. 물의 열전도율은 0.6 W/m·K로 금속이나 세라믹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대부분의 액체나 기체에 비해서는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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